상명대학교(천안)
2013학년도 연극학과 정시모집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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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술
1회
아, 정말, 검사님의 말씀에 화가 납니다. 인류를 단죄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검사님 자신도 그 인류의 일원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인류가 검사님에게 생명을 주었습니다. 인류는 남이 아니라 바로 우리입니다. 그래요, 인류가 악당이라고 칩시다. 이류는 고문을 했고 환경을 오염시켰고 자살행위를 했습니다. 우리에겐 미치광이 독재자들과 전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류에게 문제가 많다는 점만 강조하지 말고, 거꾸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님 주장대로 인류는 그토록 결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3백만 년 넘게 생존해 왔습니다. 비록 지난주에 파국을 맞기는 했을지언정, 그렇게 오래도록 문명을 가꾸어 왔다는 것만으로도 인류는 대단한 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성공이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감히 자신들의 종을 심판하고 있습니다. 인간 말고 어떤 동물이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2회
당신은 도대체 아무 것도 잊어버리지 않고, 또 아무것도 용서해 주지를 않아. 좀 관대해져봐. 그 애가 가고 나서 지금까지 7개월 동안 난 이 집에서 아무 데도 가질 않았어. 그런데도 당신의 가슴 속엔 아직도 장송곡이 그치질 않고 있어. 난 말도 못해. 입만 벌리면 의심이나 받아. 한마디 한마디가 다 거짓말이라고 욕이나 먹지. 집에 돌아오는 것이 꼭 재판을 받으러 법정에 끌려가는 것 같아. 더 이상 믿어 달라고 강요하지 않겠어. 당신이 처음 그런 의심을 말했을 때 난 고래고래 소릴 질러서 당신의 입을 틀어막았어야 했어. 헌데 난 풀이 죽어선 기독교인으로서 고백을 했어! 당신을 하나님으로 착각했던 거야. 그렇게 하면 용서해 줄줄 알았지. 그런데 당신은 하나님이 아니었어, 아니었다고.
3회
호위대장 사갈현을 보낼 정도면 하무지가 고구려에서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반증이다. 하무지는 이미 나의 군사가 되었으니 고구려 놈들에게 절대로 넘길 생각은 없느니라! 우리는 그저 모르는 일이라 잡아떼야 할 것이다. 하여! 그깟 죄인 하나 쫓는다는 핑계로, 백제의 길을 열어 달라하는 고구려왕의 무례를 그냥 가만히 보고 있으란 말인가? 내 직접 사신들을 만날 터이니… 경께선 그리 전해주시오. 그리고 하무지 공… 자네는 당분간 인적이 드문 산사에 가서 머물고 있게… 고구려 사신이 돌아가는대로 내 다시 연통할 터인즉…
4회
난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단 말이야. 제발, 제발 날 좀 살려줘! 재판장보고 날 좀 살려 달라고 하란 말야. 나도 좋은 일 많이 한 사람이야! 죽어가는 소앙지도 살려놓고… 그래… 난 병에 걸려 죽어가는 송아지를 살렸어. 담요로 싸서.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이고, 그래서 두 달 만에 그 송아지를 살려놓은 나야. 6개월이 되니까 살이 통통하게 찌고, 털이 윤기가 나고, 헌데 1년도 채 못돼서 아버지는 그 송아지를 팔아 버렸어. 내가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살려놓은 그 송아지를 말야. 그것도 하필이면 그 빌어먹을 애 쓴 보람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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