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천안)
2012학년도 연극학과 정시모집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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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술
1회
그건, 일정치 않죠. 망루에 계시다가, 우물가에도 계시다가, 정원에도 계시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에 계시기도 하니까. 그래서 망루에 계시나 싶어, 망루에 가보면 망루가 아닌 연못가에 계신 것을 발견하게 되고, 연못가에 계시나 싶어 연못가에 가보면 연못가가 아닌 우물가에 계신 것을 발견하게 되고, 우물가에 계시나 싶어 우물가에 가보면 우물가가 아닌 정원에 계신 것을 발견하게 되고, 정원에 계시나 싶어 정원에 가보면 정원이 아닌 다른 곳에 계신 것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니까. 한마디로 어디계신지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그러니, 모습을 나타내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2회
내가 신문을 오려 왔지, “망향의 꿈을 달래는 명소 세 곳" 자 봐요, 사진까지 실렸어 "두고 온 북녘땅을 한 발짝이라도 가까이서 보기위해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전망대 앞에 송도가 보이고, 그 뒤족으로는 금강산 구선봉이 우뚝 서 있다.” 허허허 그러니까 휴전선 가까이, 바로 코앞에 금강산이랑 그 아름다운 해금강하며, 그 너머로 원산 앞바다까지 환하게 드러나 보인다는군. 고향집이 바로 거기에 있지. 당신도 고향마을 보고 싶지 않소? 곧바로 지척간이래요!
3회
병든 사람은 그렇게 깊고 진실한 사랑을 갖고 있어요. 슬픔이 진실을 가져다주죠. 세상에 진실이란 별로 없지만 그것마저도 슬픔을 겪는 사람에게서나 찾을 수 있어요. 정말 그래요. 슬픔을 모르고 지낸 사람은 얄팍하기 마련이에요. 나 말하는 것 좀 봐, 혀가 잘 움직이지 않아요! 당신들 책임이에요. 구경은 열 한 시에 끝났지만 포커 판 때문에 바로 들어올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무 데나 들어가서 술을 마셨죠. 보통 한 잔 이상은 안하고 해봐야 두 잔이 고작인데… 세 잔이나! 오늘 저녁엔 세잔이나 마셨어요.
4회
태산이 높소건마는 하늘 아래 산이로다! 저승길 멀리하나 모두가 인간의 마음속에 있소이다! 내, 오늘 성주 왕신 길을 열고 이 누추한 지상과 신명계 다리를 놓소. 어머니-. 세월이 유수하여 어머니의 형상도 체온도 다 잊었지만 맺힌 원한도 깊어 밤마다 구중궁궐로 찾아드는 당신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에 소스라쳐 잠을 깨고 융아~! 내 밤마다 신열을 앓소. 오소서. 내려오소서. 구중궁궐 백팔나한 귀신들 다 데불고 오소서. 위패에 좌정하시고 넋을 세우소서.
5회
신념이라고? (사이) 뭘 이해해 보겠다는 거야? (사이) 진실? (사이) 젊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과 나처럼 세상을 겪을 대로 겪은 사람이 알고 있는 세상은 달라. (사이)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는 못할게 없었지. 술 마시고 큰 소리도 쳤고. 맹렬하게 정말 열심히 살았지. 무대 위에서 나의 모든 정열을 다 쏟아 부었고. (사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젠 연극이 고통스럽고 힘들어. 어렵고 복잡한 연극이 싫어져. 우리들 인생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데 연극 마저 시끄럽고 어려워진다면 숨통이 막힐 것 같아. 연극을 해서 큰 명예를 얻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아닌데. 아우성치면서 살고 싶지 않아졌어.
※남, 여 수험생 공용. 필요시 내용 수정 가능함.
6회
세상엔 내일이 없는 인생도 있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오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생들이 있다고. 길에서 악을 품고 어묵을 팔아봐라. 5년, 10년이 지나도 어묵 팔고 있을 걸? 책을 수백 권 사서 죽어라 공부해 봐. 사법고시? 아마 그때도 오늘일걸? 해 뜬 줄도 모르고 방바닥에서 뒹굴 거리며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그러다 또 자겠지. 그게 우리잖아. 우리가 그런 인생들이잖아. 모르지. 모를 수밖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고 해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 (사이) 가끔 그런 생각하잖아. 문득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어제가 오늘이 됐는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믿을 수 없다고… 그런 거지, 그런 거. (일어서서 방으로 가며) 난 그냥 자련다. 자고 일어나면 진짜 오늘이 낼 오겠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 없어. 세상이 그런 거야. 이보다 더 황당한 일들이 넘쳐나는 게 세상이야. 그냥… 모른 척 하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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