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학교
2012학년도 연기전공 수시모집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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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대사
남자
매일 밤술에다 수면제를 서너 알씩 타 먹어야 겨우 잠이 들었어요. 그렇게 억지로 잠이 들지만 혼동한 의식 속에서 무엇인가 끊임없이 자꾸만 쫓아오는 것 같고, 잠이 깨어 보면 이부자리가 식은땀으로 펑 젖어 있기가 일쑤예요. 난 거의 매일 밤 구더기 꿈을 꿔요. 이 꿈을 처음 꾼 것은 월남에서 돌아오는 귀국선을 탔을 때 부터였어요. 물론 그 전에도 악몽을 자주 꾸고는 했지만 이렇게 끈질기게 똑같은 꿈이 자꾸만 반복되는 건 처음이었어요? 반쯤 투명하고 새하얀 사기그릇 말예요. 그 새하얀 그릇에 담은 새하얀 쌀밥이 꿈속에 나타났는데, 갑자기 그 밥알들이 하나씩 구더기로 변해서 스멀거렸어요.
여자
그래 어려운 일이지, 나도 알아. 이런 끔찍한 전쟁 통에… 어떤 신념을 갖는다는 거… 하지만 어떤 줄 아니? 이 세상에도 우리와 똑같이 변화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랑 엄마 사이처럼 말야. 이 고통스런 시간들은 곧 지나갈 거야. 언젠가는… 난 믿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본래 선하다는 것을… 우리 인간이란 정말 보잘 것 없는 존재야… (말문이 막힌다) 지금 우리 모습을 봐. 꼭 어른들처럼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잖아! 자, 저 하늘을 봐. 정말 아름답지 않니? 언젠가 우리가 여기서 나가게 되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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