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학교
2015학년도 공연제작및디자인전공 정시모집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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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적성평가
(천천히 달리고 있는 기차의 화물찻간 속에서)
할아버지 : 그들이 우리를 침대에서 끌어냈을 때가 새벽 네 시였지. 마루의 큰 시계가 네 번 울렸어.
손자 : 또 그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할아버지, 그 이야기는 이제 지겹습니다.
할아버지 : 한데 우리를 끌어 낸 놈이 누구였을까?
손자 : 얼굴을 알 수 없는 네 사람의 사나이들이었잖아요? 할아버지는 지난날을 매일 우리에게 그렇게 이야기하시지요. 그만해 두시고 주무세요!
할아버지 : 하지만 그 사나이들이 누구였을까? 경찰이었을까? 그들은 내가 알 수 없는 제복을 입고 있었어. 사실 제복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들은 넷이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
할머니 : 내 생각으로는 그들이 틀림없이 소방대였을 거예요.
할아버지 :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말한단 말이야. 그럼 왜 소방대가 우리를 한밤중에 잠자리에서 쫓아 내어 화물찻간에다 가뒀겠어?
할머니 : 경찰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소방대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덜 이상하지요.
할아버지 : 시간이 흐르다 보니 모두들 그런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어 버린거지. 하기야 그 날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이라는 것이 애당초 퍽 이상했던 거야.
손자며느리 : 누가 알겠어요. 상당히 이상했었는지.
할아버지 : 화물찻간에 갇혀 사는 삶이 마침내 당연한 것으로 되었단 말인가?
할머니 : 조용히 해요, 그런 말을 하면 안 돼요.
손자며느리 : 네, 이제 그만해 두세요! 그것은 어리석은 수다예요! (낮은 목소리로) 구스타프, 좀 가까이 와서 나를 따뜻하게 해 줘요.
손자 : 그래.
할아버지 : 춥군. 할망구, 당신도 좀 가까이 오구려!
할머니 : 나는 이제 당신의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는 별로 쓸모가 없게 되었어요.
할아버지 : 우리가 집을 떠난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가 이 기차를 타고 달리게 된 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할머니 : 시계도 없고 달력도 없으니―― 하지만 아이들이 그 동안 커다랗게 자랐어요. 손자들도 장성했고, 좀 밝아지면――.
할아버지 : 바깥이 낮이라면 말이지.
※출처 : 꿈 - 권터 아이히(라디오 드라마 극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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