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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2015학년도 연극원(연기과) 일반모집 기출문제

1차시험 지정대사


[남자]

1
이 사람들 중 네 편은 없어. 그러니까 잘 들어. 지금부터 나한테 협조하는 게 네가 살길이야. 단지 널 도울 수 있다면, 그건 유감스럽게도 내가 될테니까. 이해했어?

2
그래, 그렇다고 쳐. 그게 죄야? 내가 졌다고 고백하지. 그게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지? 나는 싫증이 났어. 집에 돌아가고 싶어. 그런 미소를 지을 필요는 없어. 난 실패작이고 집도 없고 두려움에 싸여 있어.

3
좋아, 내가 잘못했어. 용서를 빌께. 자, 그만 식혀. 그래, 내가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고 쳐? 그럼 넌, 어쨋건 날 이렇게 만든 건 바로 너야. 난 말할 수 있어. 남자의 자존심을 위해 싸웠노라고.

4
5년전, 내가 먹을 걸 좀 달라고 갔을 때 당신은 부엌에서 날 몰아냈지. 내가 쓸모없다면서. 내가 그걸 잊었으리라고 생각하나? 나한테 조폭의 피가 괜히 흐르는 줄 알아. 이제 넌 끝장이야.

5
자, 들어봐. 문제 일으키지 말자. 그래, 뭔가 변했어. 인생은 흘러가고 있으니까, 그래도 당신과 나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잖아. 아무튼 난 당신에 대해 전부 기억하고 있어. 바로 그 저녁때처럼. 당신도 잊지 않았길 바라.

6
네 주먹은 무쇠처럼 단단하다는 걸 또 잊었니?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멍이 든다고. 조심해! 네가 손이 거칠다는 소문이 동네 총각들에게 퍼져 봐. 넌 평생 시집 못 간다.

7
챔피언은 나한테 전혀 의미가 없어. 난 이미 챔피언을 먹어봤고 그래서 그 헛소리들이 다 뭘 뜻하는지 잘 알아. 당신네들의 벨트는 쇳조각에 지나지 않아. 바지가 흘러내리는 것도 막아주지 못해. 그러나 난 안 놔. 난 안 버려.

8
이봐! 니들 거기서 뭐하는 거야? 그 꼭대기에서 죽을라고 환장했어? 위험하게 그 꼭대기에는 왜 올라가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 니들 때문에 저 밑에 사고 난 거 안보여? 좋게 얘기할 때 빨리 내려와!

9
돈벌이요? 돈벌이하죠. 내 몸만 성하게 되는 날이면 당장 나가서 이 몸이 부서지도록 돈벌이하죠, 하고말고요. 나는 당장 죽으면 죽었지, 그 미친놈들 같이 이데올로기니 뭐니 하면서 떠돌아다니지는 않을 거예요.

10
이봐, 소변을 보려면 쉬는 시간에 가야지, 남 연극하는데 쑥 나가버리면 하는 사람 기분 좋겠어? 기분이 문제가 아니야. 조금 전에 내가 뭐라고 했어? 같이 생각해 나가면서 연극을 완성해나가자고 그랬잖아. 도대체 이게 무슨 태도야?

11
알아? 그게 바로 자본주의 상술이라는 거야. 이게 원가가 얼마나 하겠어. 많아 봐야 일이천 원이지. 이거 하나 공짜로 준다니까 사람들이 이삼십만 원씩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대는 걸. 하긴 그래서 자본주의가 존립하는 거겠지.

12
당신이 강남에 빌딩을 가졌건 고향에 농장을 가졌건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야! 그 농장이 제주도 귤밭이야, 미국에 있는 땅콩밭이야? 아니면 호주의 농장이야? 당신은 지금 단칸방에서 아홉 식구가 살고 있어, 정신 차려!

13
약한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니깐. 지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라구.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사랑해봐. 다른 악기들이 화려하게 앞에 나설 때 그 뒤를 조용히 감싸주는 베이스 기타가 얼마나 좋은데.

14
그렇게 봤으면 된 거지 알면서 뭘 물어보는 거야. 그래, 난 그런 놈이야. 내가 무얼 해먹고 살든 그게 아저씨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거요? 내 인생은 내가 살아. 노름을 해먹든 사기를 처먹든 참견하지 말란 말야!

15
전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를 결코 보통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버지를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가 없어요. 이럴 수는 없단 말예요! 아버진 우릴 배신했어요! 난 아버지를 증오해요!

16
그만 둘까 해요. 집에 돈이 조금 있죠. 옛날엔 참 조용하게 지냈는데 일단 모든 게 변하고 나면 그때서야 전의 일을 정말 감사하게 됐죠. 사람들 말이 역시 옳았어요. 그렇잖아요? 물 마실래요?

17
넌 나를 증오한 적 없니? 한번도? 내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었던 적이 없어? 이 웃기지도 않는 가짜 희생을 가지고 나를 경멸했던 적이 없어? 어디 솔직히 대답해봐, 단 한번만이라도 솔직하게 말해봐, 임마!

18
나 말이에요? 내 말은 말이죠, 사실 당신은 대화를 하는 게 아니고 질문만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사실 난 보통은 별로 말이 없는 사람입니다. 왜 당신은 거기 그냥 서 있기만 하는 거예요?

19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당신은 이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네.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그게 다 필요 없었다는 거야? 그 얘기야? 내 말이 틀렸으면 틀렸다고 말해. 그런 얘기냐구? 입 좀 열고 말을 해봐, 말을!

20
왜 당신은 나의 구애를 조롱으로만 생각합니까? 자 보세요, 난 이렇게 눈물을 흘리면서 맹세를 하잖아요. 눈물과 함께 하는 맹세는 진정을 나타내는 법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진실한 서약을 조롱으로 받아들이는 겁니까?

21
저 소리 말이야. 천장에서 새가 달그락거리고 있잖아. 난 저 소리가 참 좋았어. 컴컴한 방에 있다가도 천장에서 새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갑자기 환해지는 것 같았지. 나에겐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소리였어.

22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아주 그럴 듯하게 날 재보고 있었던 거네. 서류를 척척 분류하듯이 사람을 그렇게 분류해보려는 낡아빠진 생각이군. 당신에게 말해주지. 난 저 길 건너 경찰서 옆에 있는 4층짜리 고시원에 살고 있어. 왜?

23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어. 같이 낚시질도 하고 수영도 하고 새벽 두시나 되어 집에 들어와선 같이 오줌도 누고 말야. 우린 그때 순진했던 거야. 그러다 누이가 끼어들면서 달라졌지. 그게 끝장이었어.

24
첫날부터 구두 닦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던데요? 얼마나 빤짝거리든지 눈이 부셔서 뜨고 다닐 수가 있어야죠. 아, 눈알 땡겨! 또 권투하는 건 어떻구요? 우와, 난 형 게임 하는 걸보고 한 순간에 골수 팬이 됐다니까요.

25
내 마음을 몽땅 바쳐서 사랑했어.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 여자뿐이었지. 그런데 나의 꿈과 희망과 생각을 모두 바쳤던 사람에게서 돌려받는 것이 고작 이것이란 말이야? 너 나 조롱하지마.

26
저 관객들의 눈을 보라구요. 저 사람들이 나가서 무어라고 소문내겠습니까? 지네들끼리 지랄발광해놓고 돈까지 받아먹었다고 할 게 아닙니까. 작품 새로 쓰세요.

27
너도 알다시피 무근이는 겁쟁이잖니. 그 앤 이런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해. 늘 언제나 소극적이고 안전 위주야. 인생은 좀 진취적이어야지. 그래서 고민 끝에 내가 직접 돈을 벌어보기로 했다. 어때, 넌 내 결단이 맘에 드냐?

28
뭐가 우스워? 누가 너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니? 이제 세상은 네가 극복해야 되는 거야. 선원이 돼서 세상을 온통 돌아다니겠다구? 야, 그러면서 이것 하나 못 참아?

29
환장하겠네. 난 음악이 없으면 안돼. 몇 번 말해야 알겠니. 이건 내 분신 같은 거야. 난 평생 이 놈하고 살았어. 내 손마디 좀 봐라. 끝마디가 다 기형이야. 척추까지 기형이지. 평생 첼로를 껴안고 저걸 퉁기며 살았다고. 첼로 소린 내 영혼이야.

30
저게 어떤 오토바인지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리예요? 불쑥불쑥 솟는 뿔따구 속 시원히 날려 주는 살점 같은 놈이다 이거예요. 아버지가 생각하는 거랑 너무 차이가 나요. 절 좀 제발 이해해 주세요.

31
하지 말라고 했지.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아버지와 아들 관계는 엄연히 있는 거야. 너만 감옥 갔다 왔냐? 엉? 이 새끼 니가 말한 것 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이런 건 다 너희들을 위해서 그런 거야. 알아? 엉? 알아?

32
오늘은 느낌이 새로워. 내 집에서 나를 걱정해 주고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니 말야. 이런 것도 일종의 행복이겠지? 쓸쓸하고 괴로울 때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것. 그런데 난 네가 걱정된다.

33
난, 케찹 싫어. 향도 맛도 역해. 달걀이나 핫도그 위에 덕지덕지 묻는 케찹색은 딱 질색이야. 짓이겨져서 피가 엉겨붙은 것 같아. 살점이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고 피범벅이 되어서. 붉은 색은 싫어.

34
그래? 그렇다면 이곳에서 하나님이 너에게 뭘 주든? 무조건 원수조차도 사랑하라는 마음을 주었냐? 아니면 이 썩은 세상을 도려내라고 칼날을 주었냐? 빨리 이곳에서 나와. 이곳에서 숨어 있지 말고 세상으로 나오란 말야.

35
지금 두 사람 선문답을 하는 겁니까? 어느 시인이 그러지 않습니까? 왜 사느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 이 가슴, 이 가슴 속에 세상을 향해 내뱉고 싶은 응어리가 많아서 그렇겠지요. 시인은 촌철살인의 언어로, 연극쟁이는 행동을 통해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지요.

36
그 애는 잘난 척하고 있는 거야. 못돼먹은 자만심에 남들 비웃기나 하구. 그게 그놈 특기지. 그런데도 넌 그 앨 동정해? 너 걔 옆에서 지내다가는 너도 물들어. 저 아래를 내려다봐!

37
내가 나쁜 짓이라도 한단 말입니까? 아하! 이제 알겠다! 부모, 형제 없는 고아라고 다 덮어씌우려는 거 아니야? 다 작당을 해서 날 잡아 왔구나! 이거 왜 이래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입니까?

38
나도 잘 모르겠어.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이 그렇게 문학적인 것만은 아니거든. 그건 세속적인 진부함과 욕정으로 표현되는 행복일 수도 있어. 그러니 우리 너무 사랑에 목매지 말자. 밥이나 먹을래?

39
한 번도 안 굶어본 놈들은 몰라. 죽을 때까지 먹고 써도 넘쳐나는 이 세상이 얼마나 위대한 건지. 진짜 행복이 뭔줄 알아? 모든 종류의 스넥과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 보는 것, 진화하는 즉석식품들의 산증인이 되어 주는 거.

40
거기는 내 자린데. 그래, 더우니까. 그날도 날씨는 몹시 더웠고 온갖 더러운 냄새가 코를 찔렀지. 풍선 장수, 아이스크림 장수, 코끼리, 물개 할 것 없이 모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새들도 악을 쓰고 울어대고 있었어. 비켜.

41
관객들은 내 이름을 보고 와. 당신 이름을 보고 오는 게 아니야. 대본 같은 것도 외울 필요가 없어. 아니 왜 외워야 해? 난 꼭두각시가 아니야. 누가 시키는 대로 말하는 건 죽은 거야. 당신이 시키는 대로, 내가 왜!

42
인간의 약점을 철저히 공략하는 것, 그것이 게임의 요체다.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해놓고 죽이는 거야. 죽을 때까지 훅을 연타하는 거야. 약점을 찾아 철저히 공략할 것. 가혹하게 벌할 것. 내가 너희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르지 않았냐.

43
거기, 꼬나보지 말고 자리에 앉아. 내가 이번 작업하면서 네 놈들 시건방진 태도를 싹 분갈이 해놓을 테니 각오해. 알아들었어? 좋아, 지금부터 간단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묻는 말에 한 명씩 속사포로 대답해. 너, 박상화가 누구야?

44
그건 잊어버려. 그냥 들어. 진실을 원하지 않아? 이게 진실이야. 당신과 결혼했을 때 난 그걸 알았었어. 맨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난 열심히 노력하면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45
뒷간 들어가기 전하고 나온 뒤에 달라진다더니, 이 새끼 참 박정한 놈이네. 저 급할 때는 사색하고 돈 빌리더니 이제 와서 안면몰수야? 너희 지난 번 전세 올랐을 때 나 아니었으면 누가 그 돈 빌려줬겠어.

46
나도 그 생각을 굉장히 오래 해봤는데, 난 아직도 사랑이 뭔지 이해하지 못해. 정의야 간단하지. 민주주의도 간단해. 그런 것들은 이중적이지 않으니까. 그러나 사랑은 아주 어려워.

47
몽둥이로 워낙 맞고 어디가 부러졌는지 비틀비틀 하면서도 그 놈한테 가려고 애를 쓰는 겁니다. 그 누렁이가 꼭 제 동생처럼 생각이 되는 거 있죠. 그래서 몽둥이를 높이 쳐들어서 머리통을 부숴버렸어요. 선생님 짬뽕 불어터져요. 빨리 잡수셔야지요.

48
좋은 게 있으면 사내자식이 진득하게 아끼고 숨기는 맛도 있어야지. 첫째 날 둘째 날에 사랑한다. 소리 다 해버리고 금반지 다이아 진주목걸이 다 줘 버리고 보름 뒤부턴 찍소리도 못하고 더 줄 게 있어야지. 모든 건 단계가 있어.

49
이제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아직 투표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 한 표까지 놓치지 맙시다. 사돈의 팔촌, 이웃 사촌뿐 아니라 악수 한 번 나눈 사람들일지라도 모두 투표소로 이끕시다. 아참, 누구를 찍어야 된다는 말씀은 안 드려도 되겠죠?

50
살면서 제일 얄미운 게 뭔지 알어? 이쪽은 미주알고주알 다 상의하고 뜻을 구하는데 저쪽은 돌부처 황소 마냥 여물만 우물우물, 야구공만한 눈알만 꾸벅꾸벅 떴다 감았다 하는 거야. 넌 도통한 놈이고 난 도통한 놈 시중드는 촐랑이같다구.

51
다시 강가에서 살았으면 해. 그토록 아름다웠던 시절에 나는 아예 강물에 얼굴을 맞대고 살았지. 그 강 말이야. 그 강. 하지만 그 강물이 흘러가 버렸어. 우린 여기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 내 말 좀 들어봐. 나한테 이러면 그 강물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야.

52
난 사람이야, 내 혈관에는 물이 아니라 피가 흐르고 있어. 난 좋은 가문의 귀족이야. 난 똑똑하고, 잘생기고, 정직하고 용기 있는 열정적인 청년이었어. 세상에, 그 모든게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난 어떤 배우가 된 거지?

53
처음 만난 사람하고 싸울 땐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야 한다. 그런 식으로는 정글에서 나오긴 다 틀렸어. 부인을 만나서 참 반가웠습니다. 제 친구를 잘 보살펴주시리라 믿습니다. 부인만 믿습니다. 그런데 직업이 뭐지?

54
시험 볼 때처럼 온 몸이 떨려. 중요한 건 결정을 내리는 거야. 오랫동안 생각하고, 망설이고, 이상이나 진실한 사랑을 너무 말하다가는, 결혼을 절대로 못 할 테니까. 복순씨는 영리하고, 교양이 있으니, 난 결혼을 꼭 해야돼.

55
얘기할 게 있어요. 이리 와요. 좋아요. 여기서라도 얼마든 물어볼 수가 있어요. 대답해 주세요. 나한테 말씀하실 때는 정말 상대방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이리 오세요. 제가 피아노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56
돈이 전부가 아니라구. 내 말 들어! 넌 게으른 거야. 넌 뭐 정직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게 게으른 거야. 둔한 게 아니라 게으르다구! 난 너처럼 안일하게 살아갈 수 없어. 마지막 버스 타느라구 어슬렁거릴 수 없어!

57
물론 당신을 믿어요.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이지만 알게 되면 괜찮아지죠.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면 난 바로 괜찮아진다니까요. 당신은 참 친절하신 분이에요. 누구예요?

58
왜 또 나한테 물어? 누구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거야! 난 단지 네가 인생을 똑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알려준 거야. 세상이란 게 어떤 줄 알고 나면 조금은 여유가 있으니까. 넌 너무 의지가 없어.

59
요즘 애들은 빠릿빠릿하질 못해요. 모두 병아리 오줌들같아서. 같이 있는 애들도 꼭 기저귀에서 갓 빠져나온 애들 같다니까요. 하지만 젊은 건 역시 좋은 거죠. 그렇게 느리다가도 하겠단 생각이 들면 확 변해요. 그게 우리들이죠.

60
이 섬은, 사실 처마 밑 벽까지 햇볕이 달라붙은 오후의 집들, 그런 집들의 기억만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신부님, 신부님의 동생은 마치 미친개한테 물린 여자 같아요. 그런 여자를 이 섬에 놓아 둘 순 없어요.

61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어. 아무 말도 안하고. 난 문으로 나갔지. 거기 앉아 있게 놔둔 채. 그 자가 방 저 쪽에 앉아 있는 한 문제 될 게 없거든. 혹시 내 쪽으로 걸어 왔더라면 내가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지.

62
난 애당초 사랑 따위엔 관심도 없어. 사랑을 하고 애인이 생긴다. 그래, 그 때는 좋겠지. 하지만 그런 관계는 언젠가는 무너지게 돼 있어. 아무리 맹세를 해도 영원이란 있을 수가 없어. 절대적인 게 아니라고.

63
내가 왜 자학해. 이 행복한 육신을 마음껏 놀리고 후회 없이 굴려왔는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 이런 게 한번 살다 죽으면 썩어지는 인생이란 거 아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게 신은 없어. 육신의 자유만 있을 뿐이야.

64
알다시피 난 행복한 사내야. 항상 기분이 좋아. 그리고 특히 싸울 땐 기분이 두 배로 좋아져. 찡그리고 다닐 이유가 없는 거지. 알다시피 권투는 스포츠고 놀이야. 너 한번 붙어볼래?

65
작전이 틀렸어. 네가 비명을 지르게 하는 건데. 멍청한 놈. 다시 올 거야. 지금 쯤, 의논이 끝났겠지. 아예 사닥다리를 가지러 갔을지도 몰라. 지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분명히 날 꺼내줄 거야.

66
조언은 필요 없어. 그저 편안하게 앉아서 재롱떠는 모습을 바라보기만하면 된다구. 그러다가 마지막에 내가 벼랑 끝에 서게 될 때, 그 때 날 끌어 올려 주면 돼. 우린 아직 젊고 길은 너무 여러 개야. 선택해야 할 게 많다구.

67
그냥 자넨 여자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되잖아. 그뿐이고. 나는 그저 옛날로 돌아가는 것뿐이고, 여기도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그냥 모래성이 무너진 거라고 생각해. 돈도 필요하면 주겠어.

68
도대체 뭐가 문제지? 돈도 다 떨어지고 먹을 것도 없구. 제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무 것도 없어. 그냥 석양을 보고 떠나온 게 잘못이야, 아니면 젊다는 것 하나 믿은 게 잘못이야. 아냐. 아냐. 힘을 내자. 힘을! 파이팅!

69
제 정신이에요? 시체매장은 그 분이 전문이에요. 가능한 한 먼 산중에 갖다가 짐승이 흙을 파지 않도록 2미터 이상 땅을 파서 묻어라, 그게 그 분의 지시였어요. 아세요? 될 수 있는 대로 먼 산중. 여긴 너무 가까워요.

70
미쳤다구? 날더러 미쳤다는 거야! 이제야 본성을 드러내는군. 그럴 줄 알았어. 이 허깨비 이상주의자야. 넌 이기주의자야. 탑 꼭대기에 올라서서 날 좀 봐 주세요 하고 떠드는 환상주의자라고. 현실을 봐 똑똑히!

71
호텔. 러브호텔 말이야. 자세히 보면 거의 대부분 수도권 넘버야.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저런 놈들 대부분이 불륜이야. 하기야 자기들끼리는 로맨스지. 저것 봐. 또 한 대 들어간다.

72
네가 남겠다는 이유를 내가 모를 줄 알아? 이 닭대가리야. 네가 그 지겨운 얼굴을 내게 디밀 때마다 난 내 초라해진 모습을 보게 돼. 그리고 어디까지 추락했는지가 보인단 말야. 그러니 당장 꺼져버려.

73
화해했습니다, 회사측하고. 회사가 징계해고를 취소하는 형식으로요. 그때는 정말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었죠. 저 퇴직금도 받게 되었어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거나 마찬가지지만, 기분은 좀 다릅니다.


[여자]

1
미안해. 당신 기분 상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랬던 건 아냐. 날이 너무 좋으니까 괜히 심술이 나서. 난 그저 당신이 용케 잘 견딘다 싶어 그게 늘 안쓰러웠어. 여자 하나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게 아닌가 하고.

2
난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냐. 단지 너희들의 행동에 대해서 궁금해서 묻고 있는 거야. 제발 얘기 좀 해줘. 무슨 일이 있었니? 너희 둘 사이에.

3
동물들의 저 비범한 절제를 보세요. 동물은 과식하는 일이 없죠. 자연환경에 놓아두면 체중 초과란 없죠. 건강에 좋지 않은 걸 마시거나 먹는 일이 없잖아요. 우리 동물처럼 살아보는 게 어때요?

4
몇 년 동안 아무 연락도 없다가 이렇게 불쑥 나타나니? 너, 혼자 있는다는 게 뭔지 알아? 이 싸구려 도시에서 혼자 지낸다는 게 뭔지 아냐구? 그래, 이제 리본 달린 흰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나가! 여기서.

5
춤이란 것이 마력과 같은 어떤 흡인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요즘은 건강증진이랄까 심신수련이랄까, 몸 단련의 방식으로 춤을 추기도 하지요. 그런 것말고도 우리 춤이 소용되는 건 없을까요? 자 시작해볼까요?

6
너의 그 점이 싫어. 왜 항상 뒤로 물러나? 왜 잡지 못해? 그렇게 자신이 없어? 매사에 흐리멍텅하구. 나한테 아무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어. 내가 이 집에 어떤 존재지? 앞으로 얼마 동안 파출부 노릇을 해야 하느냐구.

7
어떤 기분이 될지 니가 어떻게 아니? 기분이 한결 좋아질지도 모르잖아. 왜 맨날 머리 속에 생각나는 걸 참기만 하는 거야? 뭘 그렇게 꽉 조여 놓고 어렵게 사니? 기분 내키는 대로 한번 해봐.

8
연인끼리 사랑을 하면 그 연인의 입 냄새, 땀 냄새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몸에 손길만 스쳐도 온몸에 전기가 오른다는데 전 그런 걸 느끼지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지긋지긋한 느낌뿐이에요. 여기 매운 짬뽕 주세요. 곱배기로요!

9
난 이 생활이 미칠 것 같아. 공포가 느껴져. 이 잿빛같이 흐린 날들, 그날이 그 날인 반복되는 똑같은 날들을 견딜 수가 없어.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제발 데려가 줘.

10
저 계단이 귀에 익은 소리를 낼 거예요. 난 그 사람 발소리를 알아요. 그 사람은 결코 빨리 걷는 법이 없어요. 가벼운 신발도 싫어하죠. 그래서 굵고 둔탁한 소리가 나요. 터벅터벅.

11
거짓말이에요. 모두가 거짓말이에요. 저를 속이시는 거죠? 네? 저를 실컷 울려놓고 놀리시려고 장난하는 거죠? 대답 좀 하세요. 엉엉 우는 제 등을 쓰다듬으며 ‘이런, 바보처럼 울긴, 미안해, 농담이었어.’ 그리고 크게 웃으실 속셈이죠?

12
글쎄 지난주에는 지난 3년 동안 날짜별로 철한 자료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라는 거야. 그래서 왜 그래야 되느냐고 그랬지. 그랬더니 ‘무조건 해!’ 그런데 이번 주에는 그 파일을 날짜별로 다시 정리하라는 거야. 그러면서 뭐? 나 같은 올드미스가 과 분위기를 망친다고?

13
한번만이라도 기쁘게 술 마시면 안 되니? 술 마실 때조차도 그 놈의 무표정한 얼굴. 넌 늙어서도 그럴 거야! 이런 세상에, 너랑 같이 늙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끔찍해!

14
표지도 없는 시골길에 초행인 주제에 갈림길에서 서로 이 길로 가자. 저 길로 가자. 수진이는 왼쪽, 주리는 오른쪽, 난 니들 뜯어말리느라 얼마나 기운을 뺐다고. 싸갔던 김밥에 통닭도 다 내팽개치고, 그땐 니들 정말 패주고 싶었어.

15
그런데 얼마 전에 나한테 전화를 한 거야. 12년이나 지나서 말이야. 얼마나 술을 퍼마셨는지 만취한 상태로 전화했더라고! 나는 너를 원해, 너도 한때는 나를 사랑했잖아라고 말하는 거야! 웃기는 놈!

16
그런데 그 다음에 다시 면회 갔더니, 벌써 외박을 나갔대. 어떤 아가씨가 찾아 왔다나. 그 뒤로 편지도 끊어지고 슬슬 피하더라구.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게 아니라 워커를 바꿔 신었더라구. 재주도 좋아!

17
아빠 말씀 가운데 하나라도 틀린 얘기가 있어? 혼자만 잘 살지 말고 어려운 사람 돕고 살자는 거 아냐? 그래서 좀 나눠줬어. 그게 잘못된 거야? 그런데 그때마다 엄마가 극구 반대하니까 아버지가 홧김에 내다 버린 거 아냐!

18
오늘 너 담임 왔었어. 혹시 니네 집 알고 있냐고 내가 일하는 주유소까지 찾아온 거 있지. 재수없게. 학교 자퇴한 게 언젠데. 사장한테 들킬까봐 완전 쫄았잖아. 이번 주까지 안 나오면 퇴학이라던데. 무슨 냄새냐?

19
이 집 햄버거 맛있어. 케찹을 듬뿍 쳐주거든. 학교 다닐 때 매점에서 햄버거를 팔았다. 싸구려 소세지 한 덩어리에 양배추만 넣곤 케찹을 잔뜩 뿌려줬어. 새큼했지. 그 맛 때문에 뻔질나게 사 먹었어.

20
얼굴 좀 보실래요? 면도를 하면 멋있어 보일 거예요. 생전 밖엔 안 나가세요? 당신이 항상 할머니 발끝에만 붙어 있으면 할머닌 할 일을 다 못할 것 아니예요? 왜 밖엔 한 번도 안 나가세요?

21
대학 나온 기집애들은 할 일 없이 서류나 뒤적이고 있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내가 커피 나르고 잔을 닦는 뒤치다꺼리까지 일일이 다해야한단 말야. 내가 실력이 모자라 대학 못 갔는 줄 알아?

22
내 방은 예쁜 핑크빛이었어요. 밤엔 거기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잠이 들었죠. 난 정말 부러울 게 없이 자랐죠. 모두들 절 위해줬어요. 여동생들도 남동생들도 많았어요. 또요? 한 잔 더 마시죠.

23
사람 몸은 칠십 프로가 물로 되어 있대. 사람이 사라질 수 있는 건 그것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난 항상 물이 모자라 술을 마셔. 아무리 마셔도 채워지지 않아. 잠이 들면 눈이 뻥 뚫린 미이라가 돼서 사막 한가운데 누워 있는 꿈을 꿔.

24
장님놀이 한 번도 안 해보셨어요? 가만히 계세요. 여러분, 술래 손에 맞으면 안돼요. 술래한테 맞으면 그 사람이 다음 술래가 되는 거예요. 돌아서세요. 제가 손가락 몇 개를 펴고 있죠? 세 개요? 우리 그만하죠.

25
당연하지. 엄마와 나는 지금 같은 시간대에 있으니까.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생각하고, 또 같은 목표를 갖고 있잖아? 그거야 말로 내가 정말 원했던 거라구. 나가서 저녁이나 사먹자. 오는 길에 바게트도 사오고. 응?

26
정말 내가 세상 모르고 잘 잤어요? 굉장히 피곤했나봐요. 어머나, 저것 봐요. 북이 부서졌네. 이게 왜 부숴졌을까? 그래도 소리는 나는데요. 아무튼 그 사람이 생일 선물로 받긴 받은 거지요? 쉿, 그가 방에서 내려왔나요?

27
손은 뒀다 뭐하니? 밥 먹을 때 고추장 찍어먹을래? 사람들이 노래만 듣는 줄 아니? 손가락도 노래하게 해야지. 고개도 까딱까딱. 눈웃음도 살살치면서 입도 예쁘게 오므렸다 폈다. 칼로 무 자르니? 소리도 딱딱 끊지 말고 살짝살짝 흘려.

28
당신은 온 몸이 썩어버리도록 종일 여기 앉아서 그 냄새나는 몸으로 집안 구석구석 냄새나 맡고 있어요. 제발 그만 해둬요. 전 지금 나가겠어요. 당신이 필요한 게 있으면 그 애한테 부탁하세요. 필요한 게 있기나 할까?

29
이곳에서 아무 것도 해놓지 못한 사람은 당신이에요. 난 완행열차를 타고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지만 당신은 급행열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려가고 있죠. 잠깐만, 내 말 좀 더 들어보세요. 난 포기 못해요.

30
이제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 난 네가 어디서 왔는지, 여기서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네가 이 집안에서 더 이상은 탐탁치 않은 존재라는 거야. 저 애한테 그 목발을 돌려줘. 지금 당장.

31
우리 아파트에 한번 와보세요. 내 침실은요 꼭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방 같아요. 천장은 짙푸른 밤하늘 색에 작은 별들이 있어요. 벽에는 안개를 온통 그려 놓았죠. 그런데 제 생활은 어떤 줄 아세요?

32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곳에 갔어요. 이곳의 일을 모두 잊어버린 사람처럼. 도대체 왜요? 난 내가 알았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무엇인지 찾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원하는 걸 보았나요? 당신은 겁쟁이일 뿐이예요!

33
내 잘못이 아니라구요! 난 스타와 무대에 서보는 게 꿈이었어요. 그 꿈이 이루어지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어요. 온몸이 떨린다고 했더니 진정제를 맞으라고 하더군요. 시키는 대로 주사를 맞았더니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상쾌해졌어요.

34
이 침대 둘 중에 어느 것이 당신 거예요? 이쪽? 아니면 저쪽? 똑바로 보고 말씀하세요. 분명히 이쪽 것이 당신 침대예요. 참 지저분하게 생겼네. 그런데 당신 친구 침대는 왜 저렇게 깨끗하죠? 함께 오래 살았으면서 그걸 몰라요?

35
너한텐 뭔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게 있어. 넌 아무런 사심이 없어. 그게 이 끔찍한 싸구려 영화에 내가 설복 당하는 이유야. 그렇지만 이거에 안주하면 안돼. 알았지?

36
여자, 여자 하지 마!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뭔지 알아? 여자라는 말이야. 여자니까, 여자라는 것이, 여자가 돼 가지고, 여자이기 때문에. 다 듣기 싫어. 내가 욕실을 안 치운 거지, 여자가 안 치운 게 아냐. 여자를 모독하지 마!

37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너는 싱그러운 초원 같은 느낌이었어. 그렇지만 불과 삼 개월도 안돼서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량한 벌판으로 변했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학자금 대출이 널 그렇게 만들었니?

38
왜 자꾸 문을 닫아 걸어? 답답하게. 날 유괴하는 거니? 그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기분이 짜릿하잖아. 하지만 공수표야. 우리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협박해봤자 눈 하나 깜짝 않으실 걸. 딸내미 하나 해결했다고 좋아하실 거야.

39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을 줄 아니? 하기 싫어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어. 누구든지 해야 할 일과 하고싶은 일을 두고 머리가 터지도록 궁리하고 가슴 아파하면서 한 세상을 사는 법이야. 빨리 설거지 끝내자!

40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인생을 흥청거리는 술주정뱅이처럼 보내고 싶다면 나와 보내도 돼. 하지만 아마 문제가 생길걸. 왜냐하면 오늘은 여기서 즐기다가 내일은 날아가 버릴 테니까. 자, 정신차리고 집으로 들어가.

41
사회가 미워요. 왜 이런 세상이 되냔 말예요. 우린 큰 야망도 없어요. 이사 갈 걱정 없는 집 한 채, 타고 다닐 중형차, 약간의 통장. 더 바란 적은 없어요. 이런 건 야망이 아니라 필수 조건 아닐까요?

42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지만 집에도 가고 싶어. 엄마는 술을 많이 마셔. 내 방으로 들어와서 끝없는 얘기를 해대는 거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래도 난 엄마 옆에 가야 돼. 잘 가.

43
그 폭탄은 사람들을 죽이죠. 한두 명씩 죽이는 게 아니라 수천, 수만 명을 한꺼번에 죽여요. 신문에서 읽었거든요. 사람들은 죽는 고통을 느낄 수도 없대요. 그래도 당신은 아무 말 안하시네. 내 생각이 틀린 모양이죠?

44
그 후론 정말 학교 생활이 싫었어. 나는 반항아가 되어버렸지. 교복치마도 일부러 짧게 입고 다녀서 냅킨 조각만 걸치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을 거야. 멋지긴 했지. 질겅질겅 껌을 씹고 모든 걸 증오했어.

45
대체 그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기나 해요? 괜히 젊은 나이에 술집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지 마시고 근처에 다신 얼씬거리지 말아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같은 애들, 그런 놈들 눈 밖에 나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어요. 저리 비켜요.

46
저 피아노의 값은 돈으로 칠 수 없어. 돈 때문에 영혼을 팔다니 말도 안 돼. 절대루 남한테 넘길 수 없어. 내가 늙어 꼬부라질 때까지라도 네가 절대루 손을 못 대게 할 거야. 절대루 남한테 못 넘겨.

47
문을 빨리 열어 주셔야지요. 길이 막혀서 차가 기어왔어요. 기사 아저씨 보고 시동을 끄지말고 기다리라구 했구요. 이건 저녁이고, 이건 내일 아침이에요. 냉장고에 넣어 둘테니까 데워서 잡수세요. 이건 점심이에요. 어서 잡수세요.

48
언니는 원래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잖아. 얼마나 많이 먹어대던지. 감 서리하러 갔을 때도 먹기는 언니가 먹었는데, 붙잡히기는 내가 붙잡혔잖아. 하루 종일 감나무에 묶여 있었어. 그걸 어떻게 잊어.

49
아무 소리 말고 꺼져. 이제 와서 애원해봤자 아무 소용 없지. 난 너를 위해 온갖 수고를 다했는데, 넌 나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 어서 벌떡 일어나 꺼지라구. 그렇지 않으면 이 채찍으로 때려서 쫓아낼 거야.

50
아니, 아니. 그러지 말아요. 난, 난, 괜찮아요. 알약은 문제가 아니예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구요. 난 당신이 직장을 나와 어디 갔었는지 알고 싶어요. 그 여자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구요.

51
걸어요. 이젠 발을 움직여 보세요. 그래요, 그렇게 걷는 것이 멋지게 걷는 겁니다. 그리고 방향을 바꿔 봐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을 부러워하는 수천명의 사람들입니다. 그래요, 잘하고 있어요. 뛰어볼까요?

52
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난 어떻고? 사람들이 날 알아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도 이 사람들을 평생 한번도 보지 못했어. 난 이 사람들이 누군지 알지도 못해. 그냥 남이지, 뭐.

53
절대 그게 아니야. 이건 내 방식일 뿐이지. 사람이라는 게 처음엔 낯설고 피상적인 대화를 하고, 되는 말 안 되는 말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하는 게 일반적이지. 알고 있지? 난 너와 친한 사이가 되고 싶은 거야.

54
아빠가 돌아가셨는데 여기 뭐 하러 사니? 집 꼴도 말이 아니고. 이제 처분할 시간이 됐어. 모두가 현명한 생각이라고 동의해줬어. 우린 운이 좋아, 아주 후한 값을 제안 받았거든. 근데 넌 왜 반대하니?

55
내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네 방식도 괜찮네. 난 낯선 사람과 사귀고 싶지 않아. 너도 그걸 이해해야 해. 우린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잖아. 야. 어디가?

56
날 놀린 게 누군데,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 아주 멀리 달아나고 싶어. 여기만 아니라면 아무데나 괜찮아. 근데 네가 여기 있고 싶어 하니까 나도 있겠어. 하지만 반드시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잊지 마.

57
속삭이지 마세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TV가 빛을 내고 있어서 여긴 밝아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러면 나는 또 그의 말을 믿고 또 믿어야만 해요. 당신은 믿지 못하겠지만.

58
언니는 내가 뉴욕에 오길 원하지. 날 돌봐준다는 건 핑계잖아. 사실은 날 구속하고 싶은 거지. 남한테 돌봄을 받는다는 거, 뭐 그다지 나쁠 것 같지 않아. 난 지쳤고. 하지만 명심해, 난 아직 상속권 포기 안 했어.

59
말도 안되는 소리 말아. 누구나 최상의 컨디션일 수는 없어. 기교를 부리라구! 내 말 믿으라니까. 항상 자신을 지치게 할 필요는 없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관중들은 너를 원하고 있어!

60
아빨 어떻게 정신병원에 보내? 아빤 이곳이 필요해. 자기 집이, 대학과 가까운 곳이, 학생들이 가까이 있는 곳이 아빠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야. 너 혹시 벌써 병원과 계약했니?

61
저는 서울에 안 가요. 지금이 좋아요. 때때로 찾아오는 낚시꾼들 얘기가 재미있거든요. 그 사람들 정말 거짓말이 심해요. 엊그제 오셨던 분은 낚시로 고래를 잡았대요. 그 대머리 아저씨 말예요. 마구 침을 튀기면서 말하던 그 대머리 아저씨.

62
좋아할 수 있다고요? 당신 정신 나갔어요? 당신때문에 지금 저 위에 처박혀 있는 건데, 당신은 걔가 뭘 원하는지 전혀 몰라요. 당신은 몰라요. 걘 이 집을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63
네가 미워. 너를 막 때려주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네가 나보다 힘이 세기 때문이야. 내가 널 때리면, 넌 화가 나서 날 때리겠지? 그래도 난 꼼짝 못하고 맞겠지. 난 힘이 없으니까. 널 사랑하기 때문에.

64
그럼 첨부터 그렇게 말하지, 뭣 땜에 어려운 말만 골라 써요. 당신은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지위를 원해요. 무한정한 권력을 원한다구요. 당신 더 할 말 있어요?

65
멍청이. 날 뭘로 보는 거예요? 여기까지 와서 당신의 미소에 속아넘어 갈 줄 알아요? 이 옹졸하고 수다스러운 사람. 당신은 내가 복수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난 복수를 원하지 않아요. 난 이해를 원해요.

66
왜 이러세요? 내가 뭘 잘못했나요?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예요. 여기선 더 이상 못 살겠어요. 연극이구 뭐구 다 귀찮아요. 지옥이든 천당이든 아무데고 빨리 보내줘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리란 거예요?

67
내가 엄마한테 말한 건 나중에 엄마가 자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내 결심은 변하지 않아요. 난 엄마가 날 구해주길 바라지 않았어요. 단지 알고 계시길 바랬어요.

68
그건 초짜들 얘기지. 공과 사, 애인과 남자. 그런 거 구별하는 센스는 기본 아냐? 게다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냐? 요즘 자격증 공부에 토익 수업에 얼마나 빡세게 공부하는데. 정신 차려.

69
당신은 호모예요? 맞아요? 당신이 지금 또 바깥에 나가려고 한다면 난 당신의 저녁을 다시 오븐 속에 처넣을 거예요. 그리고, 온도를 최고로 높여 이 건물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차 모든 사람들이 질식하게 만들 거예요. 그러니 날 도와줘요. 대답해봐요.

70
느낌. 그게 문제란 말야. 너희들 나이 때의 그 느낌이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알아? 내가 지금 얘기하는 건 그런 느낌이 아냐, 아니라구. 어쨌든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71
사랑의 전반전. 뭔가 붕 뜬 것 같고, 짜릿하고, 가슴이 두근두근. 그러다 현실로 돌아오면 비참하지. 상대방도 날 좋아할까, 의심이 쌓이다보면 손해보는 것 같은 감정. 뭐 그런 거지. 사랑이란, 내겐 한낱 꿈같은 이야기야.

72
싫어! 난 익숙해지지 않을 거야! 난 갇혀 지내고 싶지 않아. 난 언니들처럼 살이나 뒤룩뒤룩 찌면서 있기는 싫어. 난 이 방구석에서 나의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 않아! 난 나가고 싶어!

73
엄마같이 잘난 어른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린 이 끔찍한 전쟁 생각만 해도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구! 모든 게 끝장나고 있단 말야. 세상이 이 꼴이 된 건 우리 잘못이 아니야! 이 모든게 시작됐을 때 우린 세상에 없었거든.

74
왜 당신들은 자기 여자도 아닌데, 다른 여자들을 무관심하게 바라볼 수 없는 거죠? 의사선생님 말처럼 그건 당신들 속에 파괴의 악마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들은 숲도, 새도, 여자도, 서로들에 대해서도 동정심을 갖고 있지 않아요.

75
난 괜찮아. 뭔가 할 수 있을 거야. 일을 하던가, 동생을 돌보던가. 너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저 거리를 봐. 모두들 힘찬 은빛 물고기처럼 뛰어다니고들 있잖아. 자, 기운내자.

76
주다니요? 제 땅을 어떻게 당신이 제게 줄 수 있어요? 정말 이상하군요. 지금까지 저희는 당신을 좋은 이웃이라고 생각해 왔어요. 바로 작년만 해도 저희 경운기를 빌려 드렸죠. 그런데 이제 저희를 도둑으로 취급하다니요!

77
비위 맞추려고 애쓰지 말아. 네 친절에 진절머리가 나. 아무도 이 일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없어. 우라질 물건을 상자에 넣으면 넣을수록 우울해지지만 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거야.


2차시험 워크숍


워크숍(대사)

1
가: 그만 가.
나: 놔! 나도 너랑 다를 거 없어.
가: 그만 해, 빨리 가.
나: 여긴 더 이상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세상이 아니야. 지수 같은 애들이 널렸는데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
가: 그렇지 않아. 달라질 수 있어.
나: 네 바람일 뿐이야. 그러니까 나만 두고 가면 넌 진짜 나쁜 거야.
가: 돈만 있으면 돼. 돈만 있으면 지수도 달라질 수 있어.
나: 걔가 뭘 할 줄 아는데?
가: 혼란스럽게 만들지 마.
나: 난 어떨 거 같은데?
가: 괜한 얘길 했어.
나: 얘기 끝까지 해. 난 어떨 거 같아?
가: 그만 하자.
나: 안 하면 못 가.
가: 그만.
나: 못 가.
가: 넌 반짝반짝 빛나. 다른 애들이랑 자꾸 비교하면서 괴로움이 시작된 것뿐이야.
나: 진심이야?
가: 난 널 잊지 못할 거야.
나: 그럼 같이 가자.
가: 시간 없어. 먼저 가라니까. 아니 나 간다.
나: 그런 핑계로 날 떼어내려하면 넌 비겁한 거야!
가: 왜 날 이해 못해?
나: 난 널 잘 알아. 널 잘 이해한다구.

2
가: 그 난리를 피더니 언제 그랬냐 싶네
나: 신고하자니깐
가: 쉿! 깨면 책임질래.
나: 지금이라도 전화하자.
가: 싫어.
나: 키우기라도 할 거야?
가: 올 거야.
나: 오긴 뭐가 와.
가: 애 엄마.
나: 낳자마자 버렸어. 그것도 피투성이를.
가: 좀 기다려 보자. 애기도 잘 자잖아.
나: 안 돼. 신고해.
가: 뭘 자꾸 신고하라는 거야.
나: 119
가: 부탁이야. 기다리자.
나: 안 오면.
가: 그건 그때 생각하고.
나: 젠장, 왜 이렇게 된 거야.
가: 조용히 하라니깐.
나: 119
가: 쉿, 119 타령 그만해.
나: 애 엄마 안 와.
가: 너도 나중에 애 생기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이젠 애인을 한 번 만들어보지?
나: 예전엔 세상 모르니까 무식하게 덤빈 거고, 이젠 안 할 거야.
가: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나: 전화 중. 119

3
가: 나 학교 관둘래.
나: 왜?
가: 그냥
나: 이번 일이 너랑 무슨 상관인데? 왜 관두고 싶은데?
가: 학교 같은 거 기운 빠져. 네모나기만 하고, 별로야.
나: 관두고 뭘 하고 싶은데?
가: 뭘 해야 돼?
나: 그럼?
가: 그냥 가만히 있을래.
나: 담임한테 전화부터 해. 전화번호 갖고 있지?
가: 귀찮아.
나: 선생님한테 전화부터 드려.
가: 왜 호들갑이야.
나: 전화번호 여기 있다.
가: 나 갈래.
나: 지금 학교로 가겠다는 거야?
가: 나 서울 집으로 갈래.
나: 늦었어.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
가: 여기 잘 데도 없는데.
나: 엄마 방에서 자.
가: 모르는 사람 있잖아. 난 싫어.
나: 제발 말 좀 들어. 나가라고 할 테니까.
가: 왜? 왜 이러는 거야?
나: 부탁이야. 내일 아침에 가. 같이 담임 선생님 만나고 내가 같이 올라갈 거야.
가: 엄마 죽었을 때, 유서도 없었는데, 아빠가 화장을 했어. 그래서 무덤도 없어.
나: 그만해. 네가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4
가: 새삼스럽게 왜 이래.
나: 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가: 뭐? 어떻게 알았어?
나: 더럽다.
가: 누가?
나: 다.
가: 나? 내가 그렇다는 거야 지금?
나: 내가.
가: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나: 네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웃고 시중들 생각만 하면 못 참겠어.
가: 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나: 뭐?
가: 너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신장 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뭐 줄려고? 눈? 간? 심장?
나: 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가: 허풍 떨지 마.
나: 뭐?
가: 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나: 거기가 그런 데냐? 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가: 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나: 꿈에도 생각 못했어. 네가 그런 곳에 가다니.
가: 아까 엄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 데 먹을래?
나 개새끼.
가: 밖에 사람들 듣는데 자꾸 욕을 하고 그래.
나: 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개새끼.
가: 닥쳐.
나: 이제 저녁에 나가지 마. 너 나가면 나 죽는다.


워크숍(움직임)

1. 몸풀기 워밍업
먼저 수험생들은 다함께 기본적인 몸의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병행하며 몸을 이완한다. 이어서 보통 속도로 일어서기 걷기, 앉기, 눕기를 반복한다. 수험생들은 진행자의 지시에 따라서 이러한 행동을 수행한다. 점차적으로 움직임의 템포와 형태의 변화 그리고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즉흥 움직임을 확대시켜 나간다.

2. 거울 즉흥
이 즉흥훈련은 수험생 둘씩 짝을 지어 수행한다. 먼저 A학생과 B학생 서로가 마주본 상태에서 A학생의 움직임을 B학생이 따라한다. 이어서 순서를 바꿔서 움직인다. 마지막에는 A, B 순서를 정하지 않고 서로가 움직임의 리더가 될 수 있고 또한 서로가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할 수 있다. 이 즉흥은 관찰과 모방훈련으로서 서로간의 외적 움직임뿐만 아니라 내적인 마음의 상태까지 투영을 가능하게 한다.

3. 키워드 즉흥
먼저 설정한 움직임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진동, 복잡한 원, 딱딱한 직선, 부드러운 곡선, 점프, 두꺼운 선 등이다. 첫 번째는 진행자가 이러한 키워드중 하나씩 불러주면 수험생들은 각자가 움직이면서 키워드 움직임 전체를 경험한다. 두 번째는 진행자 없이 수험생 스스로 키워드 움직임의 변형을 주며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세 번째는 수험생들이 상대방과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움직인다.

4. 즉흥발표
수험생 5명씩 세 번째 키워드 움직임에 입각하여 발표를 한다.

2차시험 글쓰기


글쓰기

1. 강의를 바탕으로 연극의 기원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 3가지를 4줄 내외로 설명하시오.(20점)

2. 디오니서스(Dionysus) 축제에서 그리스 연극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2줄 내외로 설명하시오.(10점)

3. <메디아>의 마지막 장면을 고대 그리스 극장에서 공연한다고 할 때, 등장인물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연기할 지 강의 를 기초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답하시오. 의상, 소품, 등퇴장 위치, 연기스타일을 중심으로 15줄 내외로 설명하시오.(다음 쪽의 대본을 참고하시오)(70점)

에우리피데스의 작품 <메디아>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아손이 뛰어 들어온다)
이아손 : 거기 집 앞에 서 있는 여인들이여, 살인광 메디아는 아직 집 안에 있소, 아니면 도망쳤소? 한 나라의 왕과 공주를 살해하고도 무사히 도망칠 수는 없어. 지금은 그까짓 메데이아가 문제 아니라 내 아들들이 염려된다. 우선 내 자식들을 살려놓고 봐야겠다.
코러스 : 오, 이 태평한 양반이시여, 그대는 이미 저질러진 악을 모르시나요? 그대의 아들들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 어미의 손에 죽고 말았다오.
이아손 : 뭐라구요! 오, 이럴 수가. 어디서 애들을 죽였단 말이오? 여기, 이 집 밖에서, 아니면 집 안에서 말이오?
코러스 : 이 문을 부수고 열어 보세요. 그러면 피를 쏟고 죽은 아드님들을 보시게 될 거예요.
이아손 : 여봐라, 이 문을 부숴라. 이 고리를 깨뜨려라.
(이 때 위에서 용들이 끄는 마차를 탄 메디아의 모습이 구름을 헤치고 나타난다.)
메디아 : 애들의 시체와 그들을 죽인 나를 찾으시나요? 그렇지만 내게 손 댈 생각은 아예 마세요. 나의 할아버지인 태양신에게서 받은 이 마차는 적으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 준답니다.
이아손 : 오, 이 악독한 여자여, 스스로 낳은 자식들에게 칼을 대다니? 자식들을 잃어버린 나마저 죽이거라. 너는 악의 화신이다. 네 아비와 너를 기른 조국을 배신했던 너, 그리고 아르고에 오르기 전에 친동생마저 살해했던 너는 악마가 아니고 무엇이냐? 나와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사랑의 질투 때문에 그 아이들을 죽이고 말다니, 이 어린애의 피를 빠는 마녀야. 지옥에나 떨어지거라.
메디아 : 당신의 말을 조목조목 따져서 대들기도 귀찮군요. 당신과 당신의 신부에 의해서 내 결혼이 짓밟혀 모멸당하고 당신네들은 축복받으며 사는 꼴을 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나는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이아손 : 고통 받긴 너도 마찬가질 테지. 이 비참한 운명이 어찌 나만의 것이랴.
(중략)
메디아 : 이 배신자, 사기꾼, 악마!
이아손 : 자기 애를 죽인 이 사악한 여자!
메디아 : 어서 돌아가 당신의 신부나 묻어주구려.
이아손 : 오, 나는 상처를 입고 물러간다. 오, 내 사랑하는 아이들아!
메디아 : 그 애들은 어머니를 사랑했어요.
이아손 : 그래서 죽였단 말이냐?
메디아 : 당신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아손 : 제우스 신이여, 이 악독한 여인으로부터 제가 겪고 있는 이 수모를 보고 계십니까? 제 자식들의 피를 마시는 암호랑이의 횡포를 보십니까? 제 자식들을 죽이고 나서 애비로 하여금 그 시신조차 거두지 못하게 하는 이 악행을 신께 호소합니다.
(메디아는 마차를 타고 사라진다. 이아손도 비틀걸음으로 퇴장한다)
코러스 : 드높구나 올림포스 산정에 좌정하신 제우스 신의 권세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놀라움을 안겨 주시노라.
바라던 일은 이루어지지 않고
바라지 않던 일은 오히려 일어나고 마니
이 무서운 일도 결국 이렇게 종말을 보았구나.
(코러스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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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극장 구조


고대 그리스 극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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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년도 모집시기 학교명 학과명 출제내용
2012
정시 용인대학교 연기전공 [지정대사]
남자
할아버지라님쇼. 도련님이 아범에게 인사라닙쇼-- (눈물을 지으며) 영감마님께서 서울로 환도하신 뒤에는 밤낮없이 도련님 생각만 허시구 운영허시는 순간까지 도련님을 못 잊어 허셨답니다. 이 아범...
2014
정시 용인대학교 연기전공 [지정대사]
남자
다양하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과 긴장감 등을 적절한 마임과 대사를 삽입하여 표현하시오.
자신은 도둑이다. 밤중에 아무도 없는 집에 몰래 숨어들어 도둑질을 한다.
※실기명 로 치러짐
<...
2015
정시 용인대학교 연기전공 [지정대사]
남자
생각해 보세요. 아가씨는 바로 저 먼지로 태어날 수도 있었던 거예요. 눈에 띄지 조차 않을, 생명도 없고 말도 못하는 수 천 수 만 아니 수 억의 먼지 가운데 한 오라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의문을 ...
2011
정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 및 디자인전공 [상상력평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2012
정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 및 디자인전공 [상상력평가]
건축가의 작업실
2013
수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 및 디자인전공 [상상력평가]
연극무대 그리고 객석
2014
수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 및 디자인전공 [상상력평가]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 빨래말리기, 장작
2015
수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 및 디자인전공 [상상력평가]
마이크로의 세계
2011
수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 및 디자인전공 [공연적성평가]
아래 제시된 글을 읽고 소감과 공연 예술의 발전을 위한 자신의 재능과 노력에 대해서 서술하시오.

한국의 공연장들은 이제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서 경쟁적으로 더 크고 화려하게 지어지고 있다...
2012
수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 및 디자인전공 [공연적성평가]
아래의 글을 읽고 앞으로 전개될 공연예술의 변화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항상 과거에 갇혀 있을 것 같던 공연예술도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적...
2014
정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및디자인전공 [공연적성평가]
제시된 글(연희단거리패의 ‘수업’ 공연평)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

※공연평 전문(제시글)은 아래의 '학교자료실 바로가기' 또는 '첨부 파일'에서 확인 가능
2015
정시 용인대학교 공연제작및디자인전공 [공연적성평가]
(천천히 달리고 있는 기차의 화물찻간 속에서)
할아버지 : 그들이 우리를 침대에서 끌어냈을 때가 새벽 네 시였지. 마루의 큰 시계가 네 번 울렸어.
손자 : 또 그 이야기를 하시는군요. 할아버지, 그 이야...
2012
수시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상상력평가]
“한성 이발소”
영화에서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주요한 형식요소들을 기술하고 이들의 성공 여부를 주관적으로 논하시오.
2013
수시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상상력평가]
“박쥐”(13분)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달하려고 한 주제 요소는 무엇이며,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주요한 형식요소와 상징들을 기술하고 이들의 성공여부를 주관적으로 논하시오.
2014
수시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스토리구성]
“커피의 왕”(16분)
감상한 영화의 스토리와 인물구성을 바탕으로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을 줄거리, 소설, 시나리오 형식 중 하나를 선택하여 기술하시오.


2015
수시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영상분석]
[일반전형]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5분)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두드러지는 편집 기법을 설명하고, 그 기법이 어떻게 스토리 및 영화의 주된 심상과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하시오.

[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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