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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2012학년도 영화전공 정시모집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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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보드 구성
아래의 작품을 읽고 24컷 이내의 스토리보드로 구성하시오.
※국민대 홈페이지 입학안내 정시 자료실에 ‘실기고사 예시 문제 및 답안 작성 사례’ 있으니 참고할 것.
어느 날, 용대는 명화에게 물었다. 그동안 혹시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느냐고. 명화는 잠시 고민하다 카페에 가고 싶다고 했다.
“카페요?‘
그녀는 멋쩍어 하며 “여기 젊은 사람들이 가는 그런 카페요”라고 답했다. 용대는 그제야 자기가 한 번도 그녀를 그런 곳에 데려간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부러 그런 게 아니고 몰라서였다. 다방이나 통기타 가수가 나오는 라이브 찻집은 제외하고 용대도 카페에 가볼 일은 거의 없었다. 그는 여느 택시 기사들처럼 자판기 커피를 입에 달고 살았다. 용대는 새삼 명화가 젊다는 걸 깨달았다. 서른두 살, 그닥 매끈하지 않은 몸매에 피로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안창 나이라는 것을.
크리스마스 날, 그는 명화와 카페에 갔다.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 그런 곳이 어딜까 궁리하다 홍익대학교 근처의 찻집이 좋은 성싶었다. 그곳은 은은한 조명이 크고 작은 미술작품들이 걸린 지하 카페였다. 가게 안에는 재즈풍의 피아노곡이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카페 한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남은 좌석이 그것밖에 없어서였다. 용대는 긴장한 채 주위를 둘러봤다. 들어올 때부터 오금이 저렸는데 자리에 앉으니 더했다. 용대는 그 안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였다. 명화 역시 거기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수수하고 촌스런 차임이었다.
“주문하시겠어요?”
평소 같으면 넉살 좋게, 한쪽 팔을 소파에 걸치며 ‘냉커피 주세요, 미사리 스타일로다가’라고 말했을 텐데. 용대는 다양한 커피 메뉴를 보고 당황해 녹차를 시켰다. 명화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어색하고 불편한 시간이 흘렀다. 용대는 자신에게 조금만 더 언변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대화를 주도한 건 명화였다. 용대는 이날, 면화가 장녀라는 것, 부모와 어린 동생들을 그녀가 어의 먹여 살리고 있다는 것과 한쪽 눈이 먼 려화 얘기를 들었다. 명화는 용대에게 고향을 왜 떠났냐고 물었다. 용대는 꾸물대다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점원이 다가와 이들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오늘 이벤트 하고 있거든요. 빙고게임 아시죠? 손님들 중 제일 먼저 맞추는 분께 선물로 몬테스 알파 한 병 드려요. 종이 드릴까요?”
용대와 명화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빙고게임 같은 것, 하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그 안의 규칙을 따라야 할 것 같아서였다. 카페 안은 술렁였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탁자 위로 사람들 머리가 둥글게 모아졌다. 용대는 종이를 한쪽에 치웠다. 그리고는 소란스러운 곳에 괜히 왔나 후회했다. 곧 낭랑한 점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이제 숫자 부릅니다. 첫 번째는 칠!”
사람들이 숫자를 지우려 허리를 수그렸다. 여기저기서 얕게 터져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십삼!”
용대는 손바닥에 밴 땀은 바지춤에 닦았다.
“저기 명화 씨. 이런 말 하긴 좀 이르다는 걸 알지만…”
면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용대를 바라봤다. 용대는 녹차를 마시려다 이미 다 먹은 걸 알고 관두었다.
“이십오!”
그렇게 약 십여 개의 숫자가 나오는 동안, 용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명화는 종이 위에 무심히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낙서를 했다. 온통 한자라, 내용이 몹시 궁금하지만 용대는 물어보지 못했다. 명화는 이제 막 프러포즈를 하려고 하는 남자의 초조를 예의바르게 기다리고 있었다. 용대는 카페 분위기가 낯설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래도 그날, 용대는 그 카페 안에서만은 세상에서 가장 늙은 사람이 되어, 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페 안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머리 숙여 숫자를 지우고 있는 동안, 꼿꼿이 허리를 세워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던 커플은 그 순간, 오직 용대와 명화밖에 없었다,
"이십삼!“
결국 용대는 못 참겠다는 듯 용기 내어 말했다.
“저기 괜찮다면 나랑…”
명화가 기대에 찬 눈으로 용대를 바라봤다.
“네?”
“그러니까 나랑…”
명화가 마른 침을 삼켰다.
“여기서 나가죠.”
그것은 명화가 예상한 말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용대가 하려던 말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출처: 김애란,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2010 제 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243-275쪽), 문학사상,
2010년, 252-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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