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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2015학년도 영화전공 정시모집 기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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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보드 구성
아래의 작품을 읽고 24컷 이내의 스토리보드로 구성하시오.
<약혼녀>
밤 10시경, 보름달이 정원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슈민 댁에서는 평소에 할머니 마르파 미하일로브나의 요청으로 행해지는 밤 기도식이 방금 끝난 다음이었다. 나자에게는- 그녀도 잠시 숨을 돌리려고 정원으로 빠져나왔으나- 넓은 방에서 가벼운 밤참 식탁이 마련되는 모습이며, 할머니가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분주하게 서두르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본당 신부인 안드레이 신부는 나자의 어머니 니나이바노 브나를 상대로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창문 밖의 등불 밑에서 보는 어머니는 왠지 무척 젊어 보였다. 그녀 곁에는 안드레이 신부의 아들 안드레이 안드레이치가 서서 열심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원은 고요하고 싸늘하며, 검고 호젓한 그림자가 땅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먼 저쪽 동네 부근 어딘가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려 왔다. 5월, 사랑스러운 5월이 느껴졌다. 나자는 자기도 모르게 숨이 깊어지고 이 정원 앞이 아닌 어딘지 먼 밤하늘 아래 숲 위나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들판이나 숲 속에서 바로 이 순간 가벼운 죄에 더렵혀진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풍요로운 맑은 봄의 생활이 갑자기 펼쳐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나자는 벌써 스물세 살 이었다. 열여섯 살 때부터 그녀는 결혼을 꿈꾸었는데 이제야 창문 너머에 있는 저 젊은이 안드레이 안드레이치와 약혼했다. 나자는 그를 좋아했다. 결혼식 날짜도 이미 7월 7일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왠지 그녀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았으며 명랑하던 태도도 사라져 버렸다. 부엌이 있는 지하실에서는 사람들이 분주히 왔다 갔다 하는 발자국 소리와 도마 소리,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열린 창문을 통해 들려오고, 칠면조 굽는 냄새와 식초에 담근 버찌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왠지 이러한 일이 한평생,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채 이대로 계속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사람의 그림자가 집 안에서 나와 현관 층계 위에 멈추었다. 그 사람은 열흘 전 모스크바에서 온 손님인 알렉산드르 치모페이치, 간단히 부르기로는 사샤(알렉산드르의 애칭)였다. 옛날, 할머니의 먼 친척 되는 몰락한 귀족의 미망인인 마리아 페트로브나라는, 몸이 자그마하고 병들어 핼쑥하게 여윈 여인이 머문 적이 있었는데, 사샤는 그 미망인의 아들이었다.
왜 그런지 모든 사람들은 사샤를 훌륭한 예술가라고 평해, 그의 어머니가 죽었을 때 할머니는 고인의 넋을 달래는 마음에서 그를 모스크바의 코미사로프 학교에 보내 주었다.
2년 후 그는 미술 학교로 옮겨 그곳을 15년 가까이 다니다가 겨우 건축과를 졸업했으나 건축에는 도무지 마음이 없어 모스크바의 어느 석판 인쇄소에 근무하고 있었다. 거의 매해 여름철마다 그는 병을 심하게 앓아 할머니에게로 왔다. 휴식을 취해 기운을 다시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금 단추를 채운 프록코트와 닳아서 자락이 해진 낡은 무명 바지를 입고 있었다. 셔츠도 몹시 구겨져있었다. 무척 말라 눈만이 커다랗고, 마르고 긴 손가락에 수염이 더부룩하고, 피부색이 검었으나 그래도 상당한 미남이었다. 슈만 댁 사람들과 그는 한 가족처럼 친근해서 이곳에 오면 마치 제 집처럼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서 거처하는 방은 오래 전부터 사샤의 방이라 불렸다.
층계 위에 서 있다가 그는 문득 나자를 알아차리고 다가왔다.
“여긴 참 좋군요.”
하고 그는 말했다.
그는 스스럼없이 나란히 앉았다.
“저는 방금 여기 앉아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하고 나자가 말했다.
“여기서 보니까 너무나 젊게 보이는군요! 그야 어머니에게도 결점은 있지만…”
잠시 조용히 있다가 그녀는 덧붙였다.
“하지만 역시 독특하고 좋은 분이에요.”
“그래요. 참 좋은 분입니다.”
하고 사샤도 맞장구 쳤다.
“당신 어머님은 물론 나름대로 무척 친절하고 정답습니다. 다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오늘 아침 일찍, 나는 댁의 부엌에 내려갔어요. 그랬더니 그곳에 하녀 넷이 모두 마룻바닥에서 자고 있더군요. 침대도 없이 이불 대신 누더기를 뒤집어쓰고 있었어요. 게다가 고약한 냄새랑 빈대, 바퀴벌레등 20년 전과 똑같이 조금도 변함이 없더군요. 그렇지만 나자의 어머님은 프리아스 말을 할 수 있고 아마추어 연극에도 한 몫 낄 정도니 아실만도 할 텐데요.”
사샤는 말을 할 때면 길고 바싹 마른 손가락 두 개를 듣는 사람 앞에 내미는 버릇이 있었다.
“나는 습관이 안 된 탓인지 여기서 보는 것 듣는 것이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정말 누구 하나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요. 어머님은 왕비 전하처럼 온종일 꼼짝하지 않고 지내시고 할머님 역시 아무 일도 하지 않으시거든요. 당신도 마찬가지이고, 신랑 안드레이 안드레이치 군도 까딱도 하지 않고요.”
나자는 같은 말을 작년에도 들었고, 아마 재작년에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제 사샤는 그런 말밖에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이전에는 이것이 익살스럽게 여겨졌으나 지금은 왠지 화가 치밀었다.
“언제나 같은 말만하시니 이젠 듣기 싫어졌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왜 좀 더 새로운 얘기를 하지 못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두 사람은 웃으며 일어나 그대로 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키가 크고 아름다우며 날씬한 나자는 그에 비해 터질 듯이 건강하고 눈부시게 보였다. 그녀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 왠지 그가 불쌍해져서 거북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사샤 씨는 쓸데없는 말만 하시는군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방금도 안드레이에 관해 말씀하셨지만 사샤 씨는 그분을 잘 모르실 텐데요.”
“안드레이라… 당신의 안드레이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나는 당신의 청춘이 불쌍할 뿐입니다.”
나자가 홀로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모두가 저녁 식탁에 앉아 있었다. 눈썹이 짙고, 콧수염을 가진 뚱뚱하고 얼굴이 못생긴 할머니- 라기보다는 이 집에서 부르는 호칭으로 말한다면 조모님-가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소리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그녀가 이 집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시장 안에 잇닿아 있는 점포를 몇 개나 갖고 있으며, 그 밖에도 둥근 기둥이며 정원이 있는 고풍 저택을 한 채 갖고 있었다.
그래도 아침마다 하느님에게 파산하지 않게 지켜 달라고 기도를 올리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녀의 며느리이며 나자의 어머니인 니나 이바노브나는 꽉 끼는 옷을 입고 금발 머리에 코안경을 끼고 여러 손가락에 다이아몬드를 번쩍이고 있었다.
※출처 :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주)신원문화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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